지난 5년간 178명의 학교 급식소 직원들이 폐암 진단을 받았습니다. 그중 15명은 결국 목숨을 잃었습니다. 아이들의 식사를 책임지는 공간이 일부에게는 생명을 위협하는 작업장이 되었다는 사실은 사회 전체가 외면해 온 현실이었습니다. 이런 가운데 2026년 1월 29일, 학교급식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받으며 통과되었습니다.
이날, 녹색과 분홍색 유니폼을 입은 급식 노동자들이 방청석에 앉아 있었습니다. 법안 통과 소식을 듣자 그들은 서로를 껴안고 눈물을 흘렸다. 이번 개정안은 단순한 제도적 개선을 넘어 학교 급식 노동자의 존재를 법적으로 처음으로 인정하는 중요한 전환점으로 평가됩니다.
오늘은 학교급식법 개정안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학교급식법 개정안 배경
지금까지 학교 급식 노동자들은 매일 수백 명의 학생과 교직원을 위한 식사를 준비해왔지만, 법적 정의조차 없이 일해왔습니다. 급식실에서 조리사나 조리 보조로 인정받는 자격 요건, 학교당 필요한 인원, 배치 기준 등을 규정한 규정이 전혀 없었습니다.
그 결과, 시·도 교육청마다 인력 기준이 크게 달라 한 명의 급식 종사자가 150명에서 최대 200명분의 급식을 담당하는 상황도 발생했습니다. 업무량은 가중되었으나 제도적 안전장치는 사실상 부재했습니다. 이 때문에 공공운수노조 교육공공노무본부는 그들을 '유령 노동자'에 비유하기도 했습니다.
학교급식법 개정안 내용
최근 통과된 학교급식법 개정안은 급식실 근로자의 지위를 법적으로 명확히 합니다. 개정안은 '학교급식 근로자'를 학교급식 시설을 이용해 음식 준비 및 관련 업무에 종사하는 조리사와 조리 실무사로 정의합니다. 이는 급식실 근로자의 존재를 법적으로 처음 인정한 것입니다.
또한 학생 대 직원 비율을 설정하고 지역 및 학교 상황을 고려한 구체적인 인력 기준을 마련하도록 의무화했습니다. 특정 규모 이상의 학교에는 영양 교사 2명 이상을 배치하도록 하는 조항도 포함됩니다.
중요한 점은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 급식 노동자의 건강과 안전을 보장하는 정책을 마련할 의무를 부과한다는 것입니다. 이는 반복적으로 제기된 폐암 문제에 대한 제도적 해결책을 제공할 책임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 명시적으로 부여한 것입니다.
급식실 작업 환경
급식실 근로자의 건강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부상한 것은 폐암 집단 발병 사례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지난 5년간 178명의 급식실 근로자가 폐암에 걸렸으며, 이 중 15명이 사망했습니다. 이는 단순한 개인적 질병이 아닌 작업 환경과 밀접하게 연관된 직업적 위험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많은 급식실에는 적절한 환기 시스템이 부족해 직원들이 조리 과정에서 장시간 조리 연기에 노출됩니다. 조리 연기란 음식 조리 시 발생하는 미세먼지 및 유해 가스를 의미합니다. 급식실 직원들은 주 2~3회 이상 튀김 조리를 하며, 매번 3시간 이상 연기에 노출된다고 증언했습니다.
2024년 9월, 충청북도 한 고등학교에서 24년간 근무한 조리사가 폐암 진단을 받은 지 불과 한 달 만에 사망한 사건은 이 문제의 심각성을 사회에 다시 한번 각인시켰습니다.
학교급식법 개정안 향후 과제
공공운수노조 교육공무원본부는 법안 통과에 대해 "조리 종사자의 안전을 법적으로 보장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고 평가했습니다. 통일된 기준이 없어 반복되고 있는 인력 부족과 중노동 문제가 제도 개선의 출발점이라는 뜻입니다.
그러나 노동계는 법 통과가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실제 현장에서 변화가 일어나기 위해서는 시행령에 인력 배분 기준, 예산 확보, 안전시설 개선 등을 명시해야 합니다. 특히 구내식당 환기시설 확충은 시급한 과제로 꼽힙니다.
교육부는 2027년까지 학교 급식소의 조리 환경을 개선할 계획을 발표했지만, 관련 예산이 약 1,280억 원 삭감되었다고 지적하며 노동계가 실질적인 실행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학교급식법 개정안 의미
이번 학교급식법 개정은 학교급식 종사자를 '보이지 않는 존재'에서 법의 보호를 받는 주체로 끌어올렸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법에서 적절한 인력 배치 기준과 보건안전 의무를 규정함에 따라 구내식당이 더 이상 희생이 전제되는 공간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었습니다.
하지만 현장에서 법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또 다른 비극이 반복될 수 있습니다. 시행령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현장 근로자의 참여가 보장되고 충분한 예산과 장비 개선이 뒤따라야 '죽음의 구내식당'이라는 오명이 사라질 수 있습니다.
아이들의 건강한 급식을 책임지는 노동자들이 건강과 생명을 담보로 일해야 하는 사회는 정상적일 수 없습니다. 학교급식법 개정은 늦었지만 꼭 필요한 변화입니다. 이제 남은 과제는 법의 취지를 현장에서 실현하는 것입니다. 교육 당국, 정부, 사회 전체가 책임을 분담할 때입니다.











